저희는 1월 10일 성공적인 Movie-ing 뉴스레터 발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첫 발행임에도 많은 분들이 구독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겨울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눈, 크리스마스, 추위, 붕어빵, 핫초코 등등 떠오르지 않나요? 저희 에디터들은 영화 <러브레터>를 공통적으로 말했는데요, 오겡끼데스까(お元気げんきですか) ? 라고 설원에서 외치는 장면이 함께 그려집니다. 겨울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또 뭐가 있을까 이야기하다 오늘의 주제가 결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외 에디터들이 떠올린 겨울 영화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여러분들이 생각하신 겨울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듯 합니다. 추운 겨울 감기 조심하세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온전히 사랑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볼수록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시절인연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누구에게나 있는 그 시절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내주고 간직할 수 있을까요?

2007년 춘절*, 베이징에서 고향으로 떠나는 샤오샤오와 젠칭이 기차에서 우연한 만남으로 인연은 시작됩니다. 10년 후 2017년 춘절,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둘은 다시 우연히 만납니다. 10년을 돌아 다시 찾아온 우연. 그렇게 영화는 시작됩니다.

* 춘절 : 중국의 설 명절

北京欢迎你 有梦想谁都了不起(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해요. 꿈이 있다면 누구나 대단해요)

'베이징환잉니'라는 노래가 영화에 잠깐 나온답니다. 저도 11년 전 베이징 유학에 갈 때 이 노래를 외웠던 기억이 나요. 중국의 대도시는 청년들에게 성공과 기회의 땅입니다. 마치 우리가 서울을 떠올리는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고향인 야오장을 떠나 젠칭은 게임 개발자로, 샤오샤오는 베이징 정착을 목표로 성공하기 위해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높은 물가, 비싼 방세와 같은 베이징의 현실은 그들에게 매서운 겨울바람과 같았어요.

I Miss you. 나도 보고 싶었어. 아니 내 말은, 내가 널 놓쳤다고.

매서운 현실이 있어도 둘이 함께 하는 작은 공간 안에서 뜨겁게 사랑하고 서로를 응원합니다. 그랬던 그들이 결국 이별을 하고, 10년 뒤 우연히 만나 돌아오지 않는 과거를 계속 돌아봅니다. 둘이 함께 성공하리라 다짐했던 세상은 두렵지 않았고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서로를 잃어버린 뒤 각자의 세상은 색을 잃어버립니다. ‘우리가 그랬더라면, 우리가 함께 했더라면…’ 과연 그들이 그리워했던 것은, 혹은 놓쳤던 것은 서로였을까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이었을까요? 

밖은 눈이 내리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있었지만 오렌지빛의 따사로움이 둘러싼 서로의 온기로 데웁니다. 어느덧 겨울도 2월 한 달 남짓 남았는데요. 겨울이 가기 전, 가슴 저릿한 영화를 보며, 한 바탕 울어버리고 싶으신 구독자분들께 <먼 훗날 우리>를 추천드립니다. 보실 때, 엔딩크레딧까지 다 보시기로 저와 약속해요!

추신. 라라랜드를 좋아하셨다면, 이 영화를 보시며 다른 매력을 느껴 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널 사랑할수록 흰 눈이 붉게 물들어 가.

연약하지만 강해지고 싶은 소년. 어느 날 눈이 가득 쌓여 있는 공원에서 맨발임에도 전혀 춥지 않다고 하는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어쩐지 눈길이 계속 가는 소녀였죠. 밤에 항상 그 공원에 가면 늘 그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온 소년에게 소녀는 다음에는 너도 역시 세게 때리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계속 걱정하는 소년에게 소녀는 내가 지켜주겠다고 하죠. 소녀는 소년의 손을 잡으며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고 말합니다.

소년은 소녀에게 호기심이 가죠. 그러나 소녀는 어째서인지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소년은 그런 소녀에게 계속 끌리게 됩니다. 거리를 두던 소녀도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게 되죠. 하지만 소녀와 가까워질수록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소년이 좋아하는 간식을 먹고 바로 구토를 하거나 계속 자신이 여자애가 아니라고 하여 혼란을 줍니다. 그럼에도 소년은 마음을 전하고 둘은 결국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소녀가 여자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기쁜 마음이었을까요? 소년은 칼을 가져와서 본인의 손가락에서 피를 나게 합니다. 서로 피의 맹세를 하자고 하죠. 그때부터 소녀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합니다. 소년이 피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순간부터 소녀는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뱀파이어였던 거죠. 늘 12살 여자애 모습으로 살며 누군가의 피를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뱀파이어였던 것입니다. 소년은 당연히 소녀의 정체를 알고 당황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어 도망가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정체를 알게 된 소년은 계속 소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새하얀 눈과 같은 소년의 마음은 과연 그 흰색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붉은색으로 물들게 될까요? 두 색의 대비를 상상하며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2008년 스웨덴 작품 역시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와이오밍의 설원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B무비*의 매력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두 각자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죠. 저는 감독의 개성이 뾰족하게 드러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특히 B무비의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통해 독보적인 장르를 만들어왔어요. 그의 8번째 작품*인 <헤이트풀 8>은 미국 와이오밍의 광활한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만큼, 추운 겨울에 즐기기 딱 좋은 영화랍니다!

*B무비 : 저예산, 초단기 촬영 영화를 말하며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를 통칭하기도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10번째 작품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펄프 픽션>에는 정말 궁금해지는 음료가 하나 있습니다. ‘빈센트’와 보스의 아내 ‘미아’와의 저녁식사 장면인데요. 미아가 5달러 밀크셰이크를 주문하자, 빈센트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이라는 듯이 질문을 내던져요. 영화가 개봉한 1994년의 물가로 계산해 보면 현재는 10.35달러와 동일하다고 하네요. 미아가 한 모금을 마시고 빈센트에게 건넨 후 그가 ‘젠장, 더럽게 맛있는 밀크셰이크네요!’라고 하자, 저도 왠지 모르게 갑자기 밀크셰이크가 먹고 싶어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