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와 함께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어요. 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따뜻한 날씨와 형형색색의 꽃이 피는 봄을 떠올려보면 어쩐지 봄은 '사랑'을 닮은 계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너도 나도 형태는 다르겠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는 계절이죠. 구독자 여러분의 사랑의 형태는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애절한 사랑도 좋지만 가끔은 달달한 사랑 이야기도 좋잖아요?

약혼을 한 빅터와 소피는 이탈리아 베로나로 혼전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아름다운 베로나 풍경에 들떠 소피는 근사한 신혼여행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나 소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빅터는 오로지 일에 대한 생각뿐입니다. 시간을 들여 가는 장소도 다 일을 위한 장소일 뿐이죠. 결국 소피와 빅터는 각각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빅터 말에 따르면 윈-윈(Win-Win)이라면서요.

베로나를 둘러보던 중 소피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춥니다. 전 세계 여성들이 각자의 사연이 담긴 러브레터를 두고 가는 ‘줄리엣의 발코니’를 보게 된 거죠. 한눈에 마음이 뺏긴 소피는 편지를 답장해 주는 사람들 일명 ‘줄리엣의 비서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일에 매료된 소피는 줄리엣의 비서 중 한 사람으로 편지에 답장을 하게 될 기회를 얻습니다.

편지를 수거하러 갔을 때 우연히 벽에 돌이 하나 떨어지면서 그 안에 있던 편지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소피는 이 편지에 답장을 꼭 본인이 쓰고 싶어 하죠.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편지에 답장을 쓰고 보내죠. 아직도 이 주소에 살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미 50년이나 지났거든요.

편지를 발송하고 일주일 후 어떤 남자가 편지를 들고 와 편지를 작성한 사람을 찾습니다. 그는 50년 전 편지를 보냈던 사람의 손자였던 것이죠. 그렇습니다. 편지의 답장이 제대로 전달된 거죠. 본인을 클레어라고 소개하는 여인. 그가 바로 50년 전 편지의 작성자였죠. 클레어와 그의 손자와 소피. 이렇게 세 명은 러브 레터의 주인공을 찾아 기약 없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과연 러브 레터의 주인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또 소피는 행복했어야 할 신혼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editor 여정🧭

사랑 영화를 주제로 듣자마자 저는 바로 <우리도 사랑일까>가 떠올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하듯 사랑도 그 변화를 피해 갈 수 없죠. 처음의 새로움과 설렘은 사라지고 익숙함에 권태를 느끼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권태와 자극 사이 아슬아슬한 사랑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Take This Waltz

영화의 원제는 ‘Take This Waltz’인데요. 직설적인 한국어 제목과 다르게 은유적인 표현을 쓰고 있어요. 영화 속 두 관계를 왈츠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의 첫 장면에서 마고의 발을 보여주는데 마치 왈츠 스텝을 밟는 것 같았어요. 첫 장면부터 저는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고 영화 끝까지 실망하지 않았답니다.

새것도 결국 헌것이 된다

작가 일로 여행차 방문한 곳에서 ‘마고’는 우연히 ‘다니엘’을 만납니다. 다니엘은 마고에게 첫눈에 반했고, 마고는 그런 그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돼요. 어찌 된 우연인지 둘은 귀국하는 비행기의 옆자리에 탑승하게 되고, 또 하나의 우연으로 마고와 다니엘은 이웃집에 산다는 것도 알게 되죠. 하지만 마고는 남편 ‘루’와 5년째 결혼 생활을 하고 있어요. 다니엘에게도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리지만 왜인지 자꾸만 그에게 시선을 뺏기는 마고입니다.

마고와 루는 겉으로 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랑스러운 부부입니다. 평소에 애정 가득한 장난도 치고 사랑한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자주 하곤 해요. 그렇지만 마고는 어딘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표정을 짓습니다. 결혼기념일 데이트도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습니다. 멋진 데이트 장소에서도, 대화 없이 식사만 맛있게 하는 루를 바라보는 마고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렇게 남편에 대한 권태가 심해질수록 다니엘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어느 날, 루가 다니는 수영장 샤워실에서 젊은 여자들과 나이 든 여자들이 '새것과 헌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새것도 결국 헌것이 되기 마련이라는 대화였어요. 마고는 이 의미심장한 대화를 뒤로 하고도 결국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반짝이는 것과 익숙한 것, 무엇을 선택하시겠어요?

마고와 다니엘이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이 있어요.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한 화려한 배경과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거리감이 인상적입니다. 이때 쓰인 배경음악은 <The Buggles-Video Killed The Radio Star>인데요. 새롭게 등장한 비디오가 과거의 라디오 스타를 죽인다는 내용이에요. 그리고 갑자기 멈춰버린 놀이기구와 현실로 돌아오는 연출을 통해 마고와 다니엘의 반짝이는 설렘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어요.

마고의 혼란스러움 속에서, 저는 마고가 익숙함(동시에 죄책감과 미안함도)을 선택하길 바랐어요. 새로운 것을 선택해 봤자 결국 또 헌 것이 될 거라는 걸, 이 영화의 목격자인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쓸모없는 것들

editor 예예🌵

저는 하나의 영화 작품에 빠지면 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도장 깨기 하는 것을 좋아해요! 감독의 초기 작품들은 어땠는지, 어느 영화가 제일 나의 취향인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작년엔 <아멜리에>의 감독인 ‘장 피에르 죄네'에 빠져 <쓸모없는 것들 (Foutaises)>이라는 작품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제목부터 저의 이목을 확 끌었던 이 영화는 1989년 작으로 장 피에르 죄네의 첫 단편영화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을 나열하며 전개되는 8분의 짧은 흑백 영화인데요. 정말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만 같은 ‘쓸모없는 것들’을 말해주거든요. 예를 들면 달걀노른자만 건져먹기, 역에 가까이 올 때 마주 보며 달리는 기차들, 작은 딱풀 뚜껑, 거꾸로 에스컬레이터 타기 등등… 너무 귀엽고 쓸모없는 것들이에요.

이 짤막한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리스트를 나열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렵더라고요! 무의식 중에 쓸모없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기억에서 조차 사라져 버린 행동들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제가 간신히 생각해 낸 것 중 좋아하는 세 가지는 바로 이거예요.

1. 공연장에서 ‘인터미션’이라는 말 하거나 듣기
2. 자동차 창문에 슈퍼마리오 게임 화면 상상하며 창문 버튼 조이스틱처럼 가지고 놀기 
3. 책상 위나 바닥에 책 아무렇게나 쌓아 놓기

어떤가요? 너무 쓸모없어서 우스울 지경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쓸모없는 것들이 모여 쓸모 있는 무언가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저는 책과 같은 사물들이 흐트러져 있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어요! 구독자 여러분들도 시간을 시간을 내어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쓸모없는 것들을 생각해 보세요. 분명 뜻밖의 쓸모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