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지 않는 피아니스트 폴, 집 안에 정원을 만든 마담 프루스트

33세인 피아니스트 ‘폴’은 말을 하지 않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게 즐거워 보이지 않아요. 시종일관 무표정인 그는 두 살 때 부모님을 여의고 두 명의 이모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모들이 운영하는 발레 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피아노 콩쿠르를 준비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그런 그의 일상에 단 하나의 재미는 피아노를 치며 슈게트를 먹는 것뿐입니다.

어느 날 우연한 사건으로 이웃인 마담 프로스트의 집에 방문하게 됩니다. 이 집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천장엔 온갖 거울이 햇빛을 반사시키고 있고, 그 아래는 아름다운 정원이 가꾸어져 있어요. 저는 폴이 마담의 비밀정원을 처음 마주하는 이 장면을 참 좋아해요. 무채색인 그의 일상이 곧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물들 것과 같은 설레임이 느껴지거든요. 마담은 폴에게 비밀정원을 들킨 것을 우려하며 그에게 신비한 마법의 홍차(?)를 먹이고 밖으로 내쫓지만, 폴의 사연을 알게 된 이상 깊은 상처를 가진 그를 결코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다섯 번의 기억 여행

마담은 몰래 폴의 방에 침입해 그의 흔적을 살핍니다. 엄마를 향한 그리움, 아빠를 향한 증오를 느낄 수 있었어요. ‘네 엄마가 어딨는지 알아.’ 책상에 남겨진 쪽지를 보고 마담을 찾아간 폴은, 마들렌과 홍차를 통해 과거의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다섯 번의 기억 여행으로, 잃어버리고 왜곡된 그의 기억들은 점점 선명해지는데요. 기억을 하나씩 마주할 때마다 폴의 감정과 태도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기억 장면들은 뮤지컬 형식으로 연출되었는데요. 애니메이터 출신인 실뱅 쇼메 감독의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연출이 인상 깊었어요. 행복함과 슬픔이 공존하는 기억들 속에서 폴이 느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혹시 마들렌과 홍차에서 눈치채신 구독자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이 영화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모티프로 만든 영화예요.)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 수도꼭지를 트는 건 네 몫이란다’

폴은 마담의 도움으로 그를 우울함으로 잠식시키는 나쁜 기억들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쁜 기억에 굴복하지 않고 트라우마를 극복한건 온전한 그의 힘이었어요.

언제나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죠. 나쁜 기억들은 마음속 깊숙이 숨어있다가 불쑥 나타나 괴롭히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면, 폴의 성장 속에서 어떠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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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예예🌵

봄이 온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editor 여정🧭

봄이 되면 새싹이 나오고 형형색색의 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매화나 산수유, 개나리가 피어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정말 봄이 왔음을 실감 나게 해 줍니다. 따뜻해진 햇살도 마찬가지고요. 님은 봄의 꽃을 떠올리면 어떤 꽃을 먼저 떠올리시나요? 벚꽃, 목련, 철쭉, 개나리 등 모두 이쁜 꽃들이며 사람들이 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꽃들입니다. 저는 봄 하면 떠올리는 꽃으로 ‘봄까치꽃’이라는 꽃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