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메이🔮

“엄마, 이 책에는 진실이라고는 없네요”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파비안느는 어느덧 노년이 되어 자서전을 출간하며 자신의 배우 인생을 회고합니다. 출간 인터뷰에서의 까칠한 태도는 배우로서의 자존심, 또는 도취감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 무렵, 미국에서 가정을 꾸린 딸 뤼미르는 어머니의 출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로 돌아옵니다. 자서전을 읽던 뤼미르는 어머니가 자신과의 관계를 왜곡되게 서술했음을 알게 됩니다. 배우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엄마로서는 충실하지 못했던 파비안느가 자서전에서는 자상한 어머니로 묘사되어 있었던 것이죠.

“나는 배우라서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아. 진실은 전혀 재미없거든.”

파비안느는 대중이 원하는 스토리를 위해 자신의 삶을 미화했습니다. 그 자서전은 딸 뤼미르뿐 아니라 전남편 피에르, 오랜 매니저 뤼크와의 관계도 악화시키고 맙니다. 뤼크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한 줄도 없다고 실망하며 매니저를 그만둡니다. 그즈음, 새로운 영화를 촬영하게 된 파비안느의 매니저 역할은 딸 뤼미르가 대신 맡게 되죠. 촬영장을 오가며 뤼미르와 파비안느는 서로의 기억에 묻혀 있던 관계를 다시 직면하게 됩니다.

진실이란 무엇일까?

이 영화는 진실에 관한 영화이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진실이 곧 진리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파비안느와 주변 인물들이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100% 진실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는 않았거든요. 혹시 화해하는 것 마저도 연기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화해를 했을지는 영화를 보시면서 확인해보세요!) 하지만 보이는 진실이 어떻든, 그들이 기억하는 감정만큼은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고레에다 감독이 전하는 진실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P.S. 파비안느를 연기한 카트린 드뇌브의 풀네임이 '카트린 파비안느 돌레악(Catherine Fabienne Dorléac)'이라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님.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 볼까요? 연인, 친구, 가족 모두 상관없어요. 같이 맛있는 걸 먹기도 하고 데이트를 하거나 재미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는 등 즐거운 일상을 보낼거에요. 만약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하루 만에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믿을 수 있나요? 이 영화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앗! 잠깐만요. 지금 스포 하신 건가요?!

맞아요. 이 영화의 줄거리는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스토리만 봐서는 이게 뭔가 싶을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 감정선을 따라가야 합니다. 큰 긴장감 없이 흘러가는 정적인 이 영화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변하는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가 남는다. 마음이 상처도 마찬가지

얼마 전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아물었지만 흉터가 남았죠. 산다는 건 수많은 상처가 생기면서 아물고 아픔도 잊히지만 저마다의 흉터를 가리고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도 소중한 사람의 상실을 경험했지만 일상으로 돌아왔죠. 평소의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결코 상처가 남기고 간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예기치 않은 순간에 이 흉터는 다시 벌어집니다.

환상의 빛

제목 ‘환상의 빛’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영화의 마지막에서 환상의 빛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옵니다. 분명 들었지만 파도소리가 커서 일까요(실제 이 장면에서 주변에 파도가 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환상의 빛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어요. 언젠가 저도 이 환상의 빛을 보게 되는 날이 있을까 의문을 남기는 게 전부입니다. 환상의 빛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이 영화를 보게 될 여러분들의 숙제입니다.

editor 여정🧭

N차 관람기 - <괴물>
editor 메이🔮

미셸 공드리의 뮤직비디오

editor 예예 🌵 

날씨가 추워지면 꼭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인데요. 유명한 영화라서 님도 보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미셀 공드리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환상적인 상상력 때문인데요. <수면의 과학>과 <무드 인디고>, 그리고 드라마 <키딩>까지, 그의 작품을 보면 독특하고 몽환적인 머릿속을 엿보는 듯한 재미가 있거든요!

사실 미셸 공드리는 처음부터 영화감독은 아니었어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카일리 미노그, Beck, 라디오헤드 등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자신의 개성을 각인시켰습니다. 그중에서도 Daft Punk의 “Around The World”는 공드리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뮤직비디오입니다. 원형 계단 무대를 중심으로 해골, 로봇, 쫄쫄이(?) 복장의 인물들이 춤을 추는데요. 곡의 구성 요소를 인물들로 형상화하여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표현한 것이 묘하게 중독적입니다. 몇 해 전 해체 소식을 전해 많은 팬들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Daft Punk, 그들의 공식 유튜브에는 여전히 미셸 공드리의 뮤직비디오 스토리보드가 올라와 있어요! 미셸 공드리의 초기 스케치를 보며 이 영상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