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Movie-ing' 에디터 여정, 예예, 메이입니다. 여러 일이 있었던 2024년이 지나 2025년 새해가 밝은 지 일주일이 지났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존 'Movie-ing'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세 편의 영화를 격주마다 소개해 드렸다면,  2025년부터 하나의 영화를 가지고 에디터들의 생각을 함께 전달드리는 방식을 추가했습니다. 전에 어떤 영화에 대해 얘기할지 미리 전달드릴 예정이니, 미리 보시고 같이 감상을 즐기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님의 감상은 패들릿에 남겨주세요! 

아, 참! 즐거운 소식 하나 더 전달해 드리자면 내일 1월 9일은 바로 'Movie-ing' 발행 1주년입니다. 앞으로도 2주년, 5주년, 그 너머까지 다양한 영화 이야기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영화가 계속되는 한, 저희들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2025년도 우리들의 영화는 계속 됩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주인공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처음 <소공녀>를 보면서 위의 장면이 딱 나왔을 때, 이상하리만큼 통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저 또한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면서 신세 지는 것도 너무 민폐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미소는 한강변 텐트에서 살고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미소는 이미 한강을 가졌어요.) 지금은 어떻게 살진 모르겠지만, 미소에게 여전히 위스키, 담배, 애인이 가장 중요한지 묻고 싶습니다. 아마 미소는 희게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할 거 같아요. 그럼 반대로, 님께 여쭙고 싶어요. 집과 맞바꿀 만큼 소중한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일단 저는 ‘집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시간을 포기할 만큼 소중한 것은 영화, 공연, 요가예요’라고 먼저 대답을 건네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집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하는,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곳, 벌거벗고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염치 좀 없으면 어때요. 내 집에서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걸요. 어쩌면 미소는 이미 ‘내 집 마련’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으로 돌아와서 ‘아이고, 그 사랑 참 염치없다’ 대사를 읊어봅니다. 마음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집 없이 돌아다니는 미소가 철없게 보이면서도, 이미 집을 가진 미소가 부럽기도 합니다.

한 친구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영양 주사를 맞으며 성공을 좇는 삶에 몰두하고, 또 다른 친구는 가정을 꾸렸지만 시부모를 부양하며 지쳐 있습니다. 부유한 집에 살지만 남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친구도 있고, 행복한 신혼 생활을 꿈꿨으나 이혼의 현실을 맞닥뜨린 친구도 있습니다. 모두 물리적 형태의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정작 미소의 서식지처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로 채워진 삶은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미소의 집은 주소지가 없습니다. 미소의 집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 채워진 삶의 방식입니다. 오늘날 내 집 마련을 위해 개인의 취향과 욕망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 미소는 사회가 정한 안정 대신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담배, 위스키, 그리고 애인 세 가지만 있다면 집이 없어도 괜찮다는 그는 영화 속에서 가장 솔직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미소와 친구들의 삶을 통해 영화 <소공녀>는 계속해서 '서식지’는 무엇인지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모습에 얽매인 채 자신만의 서식지를 잃고 있는 것이 아닐지, 나의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집’이라는 고달픈 안락함을 포기할 용기가 있을지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도 하고 싶어요. 내 집 마련…🫨)

p.s. 사실 저는 <3호>에서 소공녀의 위스키바를 소개한 적이 있답니다. 지금 보니 이 장소가 미소에게는 물리적인 집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네요.🥹

editor 예예🌵

미소는 당장 갈 곳이 없어 친구들의 집에 찾아갑니다. 찾아간 친구 모두는 각자의 집에서 다른 이유로 살고 있었죠. 다른 이유는 다른 삶을 만들어 냈습니다. 미소가 마냥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친구의 집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미소에게 정말 필요한 집은 내 마음이 편한 나의 집, 즉 ‘Home’에 가까운 집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나 영화를 계속 보면서 미소한테 정말 필요했던 건 사실 ‘House’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미소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늘 집 밖에 있지만 5만 원 때문에 집을 떠나게 된 것을 시작으로 언젠가 하나씩 행복하게 해주는 것까지 포기하게 되는 암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을 잃는 건 그 시작이고요. 당장은 괜찮을지라도 집이 없는 미소가 바뀔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영화를 마치면서도 미소에게 필요한 건 Home일까 House일까 판단을 내리지 못했어요.

님의 영화를 본 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현재 님의 집은 Home인가요 House인가요?

editor 메이🔮 

정말 제 스타일인 영화를 보면 머리끝에서 무언가 팍! 터지는 느낌을 받곤 해요. 최근 <서브스턴스>를 보고 이 감정을 느꼈습니다. 온전히 영화 자체에 몰입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의 여운을 즐기며 현실로 돌아오는 그 순간, 저 느낌을 받았을 때의 짜릿함! 그 짜릿함이 저를 영화관으로 이끌게 하는 거 같아요.

근데 사실, 이런 짜릿함이 찾아오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최근 재개봉한 <밀레니엄 맘보>를 보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동동 떠다녔는데도 영화를 보았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 즐거웠거든요.

하나하나 내용을 적다가 다 지워봅니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이 감정들을 나열하자니 이번 뉴스레터의 전부를 다 채울 것만 같아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editor 예예🌵

영화를 왜 좋아하냐고 묻는 질문에 수많은 답변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아요. 예쁜 영상을 보는 게 좋아서, 개성적인 감독들의 세계를 엿보는 게 재미있어서,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음악과 어우러지는 순간이 감동적이라서… 그런데 이 중 어느 하나도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어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그냥’이요.

‘그냥’을 사전에 검색해 보면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라는 의미가 나와요.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그 목적을 상실했을 때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영화를 보는 데에 특별한 특별한 목적이 없어요. 정말로 ‘그냥’ 보고 싶으니까 보는 거예요.

어쩌면 좋아하는 것에 이유를 만들지 않는 게 제가 영화를 가장 순수하게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굳이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이유 없이 좋아하는 대상을 계속해서 지키고 싶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냥’ 좋아한다고 대답하려고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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