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떙전 한 푼 없이 유럽에서 여행하는 방법을 찾았어”

무모함과 열정으로 가득한 20대라면 이런 말을 현실로 만들고 싶지 않을까요? 201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이 대책 없는 유럽여행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네 명의 대학생의 이야기입니다.

호재, 하비, 현학, 휘.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고 부르며, 먹고 누워있기를 좋아하는 20대인 이들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유럽에서 여행하는 1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단돈 80만 원과 카메라 한 대만 가지고 말이죠. 심지어 학교까지 그만두고요!

“춥배졸”

영화과 전공자인 이들은 유럽 민박집의 홍보 영상을 제작해 주는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으며 여행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영국으로 넘어가, 제2의 비틀즈가 될 신인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으로 완성돼요. 1년 동안 유럽 전역을 돌며 이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마무리되는 거대한 프로젝트.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이야기이지 않나요?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야심 차게 도착한 파리에서는 누구도 이들의 영상을 원하지 않았어요. 히치하이킹으로 겨우겨우 로마에 도착해 첫 의뢰를 따내기까지, ‘춥배졸’ (춥고 배고프고 졸린)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의뢰를 시작으로 이들은 인지도를 쌓으며, 무모했던 여행은 점차 가능성으로 나아갑니다.

일단 하면 길은 열린다.

사실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에게 솔깃한 성공담은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의 도전이 민폐라고 하기도, 운이 좋아서 가능했다고 하기도 합니다. 핸드헬드(Hand-held)* 촬영기법이나 날 것의 대화들, 그야말로 정제되지 않은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슴 뛰는 무모한 도전을 일단 실행하고 길을 만들어 나갔다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현실에 치여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열정이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 들어요. 모두에겐 아닐지라도, 님께는 좋은 영화가 되길 바라며 영화 속 내레이션으로 마칩니다.

* 핸드헬드(Hand-held) : 카메라를 손으로 직접 들고 촬영해 흔들림과 현장감을 살리는 방식

“어쩌면 이 프로젝트가 모두에게 솔깃한 이야기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모두가 일탈을 원했고 꿈을 좇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editor 예예 🌵

editor 메이🔮

<위키드>와 Mika의 Popular Song  (유거너비 팝퓨훌러~)

editor 예예 🌵 

작년 11월 개봉한 영화 <위키드>를 님도 보셨을까요? 저는 2017년 런던 여행 중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에서 뮤지컬 Wicked를 관람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영국식 영어가 낯설어서 모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어느 순간 반가운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나요. 바로 글린다가 엘바파에게 인기를 얻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에서 부르는 “Popular”라는 곡이 나왔을 때에요. 이 장면에서 ‘어! 나 이거 알아!’하고 속으로 생각했었죠.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인 Mika를 정말 좋아해서 그의 노래 “Popular Song”을 많이 들었거든요. 알고 보니 뮤지컬 Wicked의 “Popular”를 샘플링해 만든 곡이었어요. 이렇게 두 콘텐츠가 연결될 때 느끼는 소소한 도파민은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Mika의 “Popular Song”에도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2012년 The Origin of Love에 수록된 오리지널 버전과, 2013년 아리아나 그란데가 피처링한 싱글 버전이 있어요. 원곡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팝 느낌이 더 강한 싱글 버전을 더 좋아합니다. 특히 영화 <위키드>에서는 아리아나 그란데가 글린다 역을 맡아 “Popular”를 부르는데, Mika의 곡과 비교하며 듣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뮤지컬에서는 인기 얻는 법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는 반면, Mika는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노래하며 Popular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더라고요. 원곡으로부터 이렇게 다른 메시지를 끌어내는 게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우연히 연결된 영화, 음악, 뮤지컬 등의 콘텐츠들이 맞물릴 때 더욱 즐길거리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각자의 방식으로 다르게 해석된 메시지들을 살펴보는 것이 즐겁거든요. 님도 이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로 연결되었는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나, 이 영화 좋아하냐? <밀레니엄 맘보> 2차 관람기

editor 메이🔮

때는 1월 4일 토요일, 대만 뉴웨이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의 작품 <밀레니엄 맘보>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예매를 해 광화문 씨네큐브로 달려 갔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니,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음 볼 땐 물음표로 가득했던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느낌표로 바뀌었고, 씨네토크를 들은 뒤에는 그 느낌표가 하트로 변했습니다. 그 순간, 제가 영화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황홀하게 다가왔어요.

꼭 인생 영화가 되지 않더라고, 어떤 영화를 보고 꼭 알고 싶다면 저는 2차 관람을 추천드려 봅니다. 처음 보았을 때 보지 못했던 장면이 보이기도 하고, 얽혀 있던 실들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거든요. 2025년 저의 첫 영화였던 <밀레니엄 맘보>가 저에게 그러했듯, 님께도 그런 영화가 다가오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