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를 떠나 보낼때 ’이제 편히 쉬세요‘라는 말을 건네곤 합니다. 어쩌면 삶과 가장 가까운 죽음, 삶에서 있었던 모든 번뇌와 속박들에서 벗어난 진정한 ‘휴식’이라고 일컬을 수 있겠네요. 우리는 어떻게 하면 기나긴 휴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맞이할 수 있을까요?

내 옆 방에 있어주면 안될까?

잉그리드와 마사는 과거 막역했던 사이로, 각자의 바쁜 일상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지나며 멀어진 사이가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인기 작가인 잉그리드의 싸인회에 둘의 겹지인이 찾아와 마사가 시한부라는 말을 전하고, 곧바로 잉그리드는 마사의 병원으로 찾아갑니다. 예전과 너무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지만, 둘은 그간 쌓인 얘기들을 털어 놓기 시작해요. 그렇게 마사의 병원에 매일 같이 찾아가던 잉그리드는 마사가 의사로부터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마사는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긴 휴식’에 빠질 준비를 시작하고, 마사는 잉그리드에게 영화 제목처럼 ‘룸 넥스트 도어’를 부탁합니다.

눈이 내린다. 모든 산 자와 죽은 자 위로

마사는 과거 전쟁 작가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진을 찍어 기록을 했습니다. 마사에게 기록은 그녀의 삶이자 일상이었어요. 이런 마사의 삶을 대변하든 마사의 집은 수많은 기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마사가 떠나기 전, 잉그리드와 마사는 마사의 집을 함께 뒤지며 많은 기록들을 보며 우리도 그러하듯 추억 여행을 떠납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회상하며 부질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후회를 하기도 하며 둘은 얘기하고 또 얘기해요.

영화를 보며 기록은 지금의 나에게, 미래의 나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휘발될 수 있었던 그 때의 일들이 지금의 나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돌이켜보니 별 게 아닌 일이 그 때는 왜 이리 심각했나 싶으면서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싶어지기도 하죠. 그들의 삶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editor 메이🔮

“심심하다.”

밤섬에서의 생존에 익숙해진 순간, 그는 심심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짜장면을 만들기로 결심하죠. 강물에 떠밀려온 짜파게티 분말가루 한 봉지가 그를 미치도록 짜장면이 먹고 싶게 만들었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밤섬에서 밀가루를 재배할 방법을 찾아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떻게든 밭을 갈구게 되는데요. 이제 그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무것도 안할 때, 무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휴식은 좀 비생산적이면 안될까요?

<김씨표류기>를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밤섬에 표류하는 김 씨의 모습을 보며 생산성이라는 압박감에 괴로웠던 지난날의 제가 떠오르더라고요. 신용불량자 김씨는 사회의 생산성에 기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겨 강물에 본인을 내던졌을 거예요. 이 모습은 마치 쉼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산적인 휴식, 완벽한 휴식을 찾아 헤매는 우리들의 모습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진짜 쉼은 허우적대지 않을 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힘을 빼고 밤섬에 도달해 심심함을 느낄 때 비로소 자신만의 삶을 찾아낸 김씨처럼요. 물론 김씨는 영원히 무인도라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지는 못했지만, 그가 밤섬에서 발견한 쉼은 사회로 돌아가서도 그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요?

 editor 여정🧭

Movie-ing in Paris

editor 메이🔮

 님!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인사드립니다.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어서인지, 이번 28호에는 저의 사심이 듬뿍 담길 것만 같습니다.

레드벨벳 해피니스 다이어리

editor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