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란 무엇일까요?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회사나 나라에 얽매이지 않고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언제든 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지고 있죠. 그렇다면 '노마드'는 어떨까요? 디지털이 빠진 노마드는 생존을 위한 유목민입니다. 자유롭다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죠. 님과 저는 지금 '노마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품고 이 영화를 함께 보려 합니다. (이후 노마드는 발음대로 노매드로 표기)

노매드랜드

펀은 한때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며 소박하지만 안정된 일상을 누렸죠. 하지만 다니던 공장이 폐업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공장에 기대어 살던 마을은 폐허가 되었고 남편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펀은 선택의 여지없이 밴 한대와 함께 '노마드'의 삶을 시작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요. 낮에는 캠핑장에 밴을 세워두고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합니다. "집이 없지, 직장이 없냐"는 듯, 펀은 악착같이 하루하루를 살아냅니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고 계약이 끝나며 일자리도 사라집니다.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죠. 캠핑장에서 만난 노마드 '린다'는 남쪽으로 향하라고 권합니다. 펀은 다시 밴을 몰고 떠납니다.

도착한 남쪽에서 노마드 커뮤니티를 만납니다. 거기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필요한 지식을 나누고, 서로를 돕고, 함께 살아가는 곳. 펀은 조금씩 이 삶에 익숙해집니다. 시간이 흘러 모여 있던 노매드들은 모두 떠나고 펀 혼자 남습니다. 우연히 한 캠핑장에서 린다와 함께 일을 시작합니다. 어느정도 정착하여 잠시 들렸다가는 노매드들을 반겨주죠. 여러 노매드들을 만나면서 비슷한 상황 속 각자 다른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펀은 자신의 노마드 생활을 생각합니다. 펀은 언제까지 노매드가 되어 떠도는 생활을 마칠까요?

정착하면 떠나고 싶고, 떠나면 정착하고 싶고

영화를 보기 전, 저도 생각했습니다. '노마드 생활은 힘드니까, 결국엔 다시 정착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펀에게 노마드 생활은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니었습니다. 밴은 단순한 차가 아니라 그녀의 '집(Home)'이 되었고 떠도는 삶은 그녀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노마드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각자 다른 이유로 떠났지만 누구 하나 이 삶을 억지로 견디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선택했고 그 선택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정착하는 삶이 옳을까요? 떠나는 삶이 옳을까요? 아마, 정답은 없습니다. 삶은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될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누군가는 정착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익숙한 곳을 떠나고 있을 겁니다. 선택은 온전히 앞으로를 살아갈 님의 몫입니다.

영화가 끝났습니다. 이제 님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노마드인가요?

<노매드랜드>를 보기 시작했을 때, 자연스레 <소공녀>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 <노매드랜드>와 <소공녀>는 비슷할 수는 있지만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노매드랜드>를 보면서 크게 감명받았던 세 가지 포인트는 ‘영상미’, ‘펀이 나아가는 방향’, ‘펀을 연기한 프랜시스 맥도맨드’였습니다.

마당에 요트를 둔 채 죽긴 싫었거든요.

펀이 노매드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노매드 커뮤니티에 간 날, 한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직장 상사가 암에 걸렸는데, 그가 사놓고 한 번도 타지 못한 요트가 있었다고 해요. 그러면서 ‘마당에 요트를 둔 채 죽긴 싫었다’며 노매드의 삶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말합니다. 이 장면을 보고 저의 ‘요트’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어요. 우리는 어떤 ‘요트’를 포기하고 살고 있는 걸까요?

"홈리스가 아니라 하우스리스야."

주인공 ‘펀’은 홈리스냐는 질문에, 자신은 홈리스가 아닌 하우스리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집이 반드시 물리적인 ‘하우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마음을 편히 둘 안식처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홈’ 일 수 있다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정착을 두려워했던 이유도 단지 ‘물리적인 공간에만’ 정착할 수 있다는 편견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요.

editor 예예🌵

영화에 등장하는 노매드들은 대부분 실제로 노매드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모습과 실제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주인공 펀을 연기한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노매드가 아닌 배우입니다. 촬영 당시 함께했던 노매드들이 그녀를 진짜 노매드라고 착각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또 영화에 등장하는 밥은 실제로도 노매드 생활을 이어가며 그 이야기를 유튜브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 26회 전주국제영화제

editor 메이🔮 

우리나라의 큰 영화제 중 하나인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국제)가 뉴스레터 발행 당일인 오늘, 4월 30일 개막을 시작으로 5월 9일 금요일까지 진행됩니다. 매년 영화제에 다니고 있는 저이지만, 유독 이번 전국제의 티켓팅은 정말 치열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GV와 더불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프랑스 배우 노에미 메를랑의 두 번째 연출작 <발코니의 여자들>의 첫 상영, 무려 9시간의 러닝타임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쇼아> 등 다양한 기대작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의 여름날은 시들지 않으리 🍃 노매드랜드 플레이리스트

editor 예예🌵

영화를 좋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특히 영화를 본 뒤의 여운을 오래도록 즐기는 편이에요. <노매드랜드>는 미국의 광활한 자연 풍경이 압도적이게 펼쳐지는 장면이 많아서인지, 순간순간 떠오르는 음악들이 많았어요. 물론 영화 속 OST도 감동적이었지만, 영화를 보며 떠오르는 음악들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영화가 끝난 후 음악들을 하나씩 모아봤는데요. 신기하게도 Novo Amor, Ichiko Aoba, Sigur Rós처럼 편안하고 자연을 닮은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Sigur Rós가 만든 가상의 언어인 ‘희망어’로 된 Hoppípolla는 꼭 플레이리스트의 마지막에 넣고 싶었어요. <노매드랜드>의 마지막 장면에 이 음악을 떠올렸거든요. 주인공 ‘펀’의 앞날이 부디 희망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지도요. (플레이리스트 제목은 영화 속에 나온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을 인용했습니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출퇴근길마다 반복해서 들었어요. 영화에 삽입된 곡은 아니지만, 영화 장면들이 계속해서 스치기도 하고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같이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앞으로 좋은 음악이 떠오르는 영화를 만날 때마다 종종 플레이리스트를 공유드릴게요! 이 음악들이 님께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길 바랍니다.🥹

파과

해피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