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성진이 왔나? 와이리 애빘노

서울에서 배우를 하고 있는 성진은 경상도의 어느 시골에서 3대째 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족의 장손입니다. 온 가족이 모인 제삿날, 성진의 할머니, 큰고모, 작은고모, 엄마, 그리고 만삭인 성진의 누나까지 모두 모여 전을 부치고 있지만, 성진이 오자마자 할머니는 두 팔 벌려 그를 맞이합니다. 성진은 할아버지께 큰절을 올린 뒤 옷을 갈아입고, 할머니와 고모가 차려준 상에서 밥을 먹습니다. 그 모습을 본 누나는 “우리는 아직 밥도 못 먹었는데, 쟤는 주냐”며 핀잔을 줍니다. 여기까지만 보셔도 전형적인 ‘남아선호사상, 장손 최고인 한국의 가족’임을 아실 수 있으시죠? 일단 영화의 제목부터 <장손>인걸요😌

저 두부공장 안 할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성진을 지극히 아끼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십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영정 사진은 장손인 성진이 들고 있었기 때문에, 온 가족은 성진이 오기만을 기다려요. 서울에서 경상도 시골까지 내려와야 했던 성진은 밤늦게 도착하고, 그제야 온 가족이 성진에게 달려가 울면서 얘기해요. “할머니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리고 할머니의 장례 이후, 성진이 두부 공장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할머니 앞으로 모아 놓았던 큰고모의 돈이 사라지게 되었어요. 과연 이 돈의 행방은 어디로 갔으며, 할아버지 때부터 일궈온 두부 공장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이 가족의 ‘장손’ 성진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네 일이라도 그렇게 말할거가?

<장손>을 보다 보면 “왜 저래?”라는 마음과 동시에 폭소가 터지곤 합니다. 가족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때론 싸우기도 하고, 서로의 비밀을 숨기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여전히 가부장제를 고집하는 가족들도 많기 때문에, 여러 감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영화의 관객으로서 바라보니 참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제가 이 영화를 ‘2024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한 이유는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가볍게 표현하면서도 그 무게감을 잘 살려냈다는 점이에요.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사로 쓸 거고 제대로 낼 거예요.”

2001년 미국의 보스턴,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 취재 팀 ‘스포트라이트’에 새로운 편집장 ‘마티 배런’이 부임합니다. “독자들이 알아야 할 뉴스”를 보도해야 한다며 보스턴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범죄 은폐 의혹을 취재하도록 지시하죠.

스포트라이트 팀은 미첼, 사샤, 맷, 로비로 구성된 전문 탐사 보도팀입니다. 이들은 관련된 기사와 문서를 모조리 수집하고, 수십 년간 묻혀 있던 사건들을 하나하나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취재가 깊어질수록 드러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제들이 성범죄에 가담했다는 것과 가톨릭 교회의 조직적인 은폐였습니다. 기자들은 피해자를 설득하고 인터뷰하며 그들의 상처를 마주해요. 한 피해자가 묻습니다. “예전과 똑같은 짓을 하려는 거군요. 또 덮는 거잖아요.” 이 말에 기자 사샤는 단호하게 답합니다.

“기사로 쓸 거고 제대로 낼 거예요.”

묵묵하게 가야 할 길을 걷는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성직자의 성범죄와 그것을 은폐하는 가톨릭 교회’라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혹시나 불편한 장면으로 괴롭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볼수록 묵묵하게, 말해야 하는 것들을 필요한 만큼만 전하는 그런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포트라이트 팀의 기자들의 활약을 화려하게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일에 충실히 취재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냈어요. 필요할 때만 등장하는 최소한의 음악도 오히려 영화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듯하고요. 영화 <도가니>가 떠오르며 비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 ‘말해야 하는 진실’을 다루지만 그 방식은 다르거든요. 누군가 언론의 역할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넷플릭스를 켜 <스포트라이트>를 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ps 1.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니라는 듯한 마지막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을 보시면 입을 다물지 못하실 거예요.

ps 2. 영화 <콘클라베>에서 추기경으로 나온 스탠리 투치가 이 영화에서 기자로 나온다는 것도 참 흥미로운 포인트네요!

editor 예예🌵

불행한 우정이 시작되다.
셋의 만남은 그렉의 어머니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머니는 그렉에게 말합니다.

“레이첼이라는 아이가 백혈병에 걸렸단다. 한번 찾아가보렴.”

사실 그렉은 레이첼을 알고는 있었지만, 말 한번 섞어본 적 없는 사이였죠. 마지못해 레이첼을 찾아간 그렉에게 레이첼은 말합니다.

“동정 때문에 온 거라면 돌아가.”

그러자 그렉은 이렇게 말하죠.

“동정 때문 아니야. 우리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어.”

이 솔직한 말이 아이러니하게도 둘의 관계를 시작하게 만듭니다. 이후 얼까지 셋이 함께하게 되고, 얼은 레이첼에게 자신들이 영화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레이첼은 흥미를 보이고, 결국 둘이 만든 영화를 함께 보게 됩니다.

레이첼은 그렉과 얼이 만든 영화를 꽤 마음에 들어 합니다. 셋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죠. 하지만 상황은 점점 무거워집니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레이첼은 마음속에 점점 어두운 감정을 쌓아가고, 학교에선 그렉과 레이첼이 사귀는 사이로 소문까지 납니다. 어느 날, 누군가 제안합니다. “레이첼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때?” 과연 그렉과 얼은 레이첼을 위한 진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 떠나간 이후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

영화의 결말은 이 글에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영화 중간에 그렉이 스포일러를 해버리기 때문에, 레이첼의 생존 여부는 중반부에 어느 정도 드러나긴 합니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떠난 후에야 더 깊이 이해되기도 한다는 것.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더라도, 그와의 기억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는 것 말이죠. 이 작품을 보면서 저는 일본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이 영화의 결말도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영화는 <올드보이> 등 다수의 한국 영화를 촬영한 정정훈 촬영 감독이 참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카메라 구도와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연출은 이 영화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입니다.

에무시네마 별빛영화제✨⭐

editor 메이🔮 

이번 ‘별빛영화제’ 상영작 중 저의 추천작은 <우리들의 교복 시절> 입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봤었는데요, ‘대만’ ‘청춘’ ‘교복’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후회 없는 선택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아참, 전 드디어 내일, 5월 15일 별빛영화제에 드디어 가게 되었습니다! 예예님의 추천작이었던 <블루 발렌타인>을 보게 되어서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재밌게 보고온 후, 감상평은 다음 Movie-ing에서 꼭 소개 드리겠습니다✨

낭만적으로 영화 보기🚘🍿 자동차 극장

editor 예예🌵

영화를 가장 낭만적으로 보는 방법을 꼽으라면 저는 당연히 ‘자동차 극장’을 떠올릴 거예요. 2000년대 중반까지 성행하던 자동차극장은 수익 악화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폐관을 피할 수 없었는데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다시 주목받기도 하고, 예능에도 소개되기도 해서 저도 언젠간 자동차극장에서 낭만 치사량에 취해보고 싶었답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저 멀리 떨어진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 그 자체로 너무 신나거든요! (번거롭기도 하지만 이것이 낭만이니까…)

전국에 20개의 극장이 운영 중이지만 오늘은 경기권의 자동차극장 몇 군데를 소개해드려요! 마침 이번 주말엔 왠지 자동차극장과 잘 어울리는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도 상영 중이니 한번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위드 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