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업요? 설명하기 복잡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유명한 무용수가 되어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프란시스는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친구 소피와 살고 있습니다. 이 둘은 서로를 응원하며 훗날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하자는 열망을 가지고 있죠. 영원할 것만 같던 우정은 집 재계약을 앞두고 흔들립니다. 소피는 더 좋은 조건의 집으로 다른 친구와 함께 이사하기로 해요. 그런 와중에 남자친구의 동거 제안도 거절하면서 이별을 겪습니다. 갈 곳이 없어진 프란시스는 우연한 기회로 다른 친구들과 아파트를 셰어 하게 되었지만, 그나마 기대하고 있던 크리스마스 무대에서도 견습생 신분으로 오를 수 없게 됩니다. 돈벌이도, 인간관계도, 꿈도 쉽게 풀리는 건 하나도 없어요.

뉴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괜찮다. 프란시스도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깐.

뉴욕은 프란시스에게 매정하기만 합니다. 무용에 큰 재능이 없어 보이는 그녀에겐 뉴욕에 있는 수많은 기회들 중 단 하나도 오지 않아요. 환상 속의 뉴욕은 ‘기회의 땅’이지만, 프란시스가 살아가는 뉴욕은 ‘모든 것을 앗아가는 냉정한 곳’처럼 보입니다. 프란시스는 무언가가 되기를 바랐고, 계속해서 그 무언가에 닿지 못했습니다. 복잡한 마음에 훌쩍 떠난 파리에서는 그렇다 할 추억 하나 만들지 못하고 돌아오고, 갈 곳이 없어 잠깐 머무는 집마다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 싶은 기분을 견딥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시스는 춤을 추고, 장난을 치고, 삐그덕대는 우정에도 진심을 남겨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시스는 춤을 추고, 장난을 치고, 삐그덕 대는 우정에도 진심을 남겨요.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에 맞춰 프란시스가 뉴욕의 거리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장면을 가장 사랑해요.)

프란시스는 결국 유명한 무용수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작은 공간을 가지게 되어요. 꿈을 이루지 못한 먹먹함이 조금은 공존하지만, 그건 분명 그녀만의 방식으로 빛나는 순간이었어요. 영화의 제목이 왜 <프란시스 하>인지, 그 의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용히 드러난답니다.

뉴욕은 그런 도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화려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도시가 아닌, 수많은 ‘프란시스들’을 품고 있는 도시. 불안정한 삶, 어설픈 시도,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지고도 여전히 자기만의 작은 무대를 빛내는 프란시스들이 살아가는 곳.

editor 예예🌵

달리는 버스 창 너머의 도시

도시는 버스의 왕국이 아닐까요? 지하철은 없어도 버스가 없는 도시는 없잖아요?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에 가보면 시티투어 버스는 빠지지 않고 마련돼 있습니다. 그 도시의 주요 거점을 빠짐없이 둘러보게 되죠. 시티투어 버스에 타는 것만으로도 그 도시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꼭 관광용 버스가 아니더라도 어느 도시든 버스는 늘 일정한 간격으로 이곳저곳을 오갑니다. 도시마다 번호도, 색도 다른 버스들이 정해진 노선을 따라 움직이죠. 이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매일 같은 도시의 구석구석을 질리도록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그렇게 매일 같은 길을 오가는 한 버스 운전사의 이야기입니다.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 씨

미국 뉴저지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이름도 같은 ‘패터슨’ 씨. 그는 매일 거의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합니다. 시리얼로 아침을 때우고, 똑같은 길로 출근하며, 늘 마주치는 동료와 짧은 인사를 나누죠. 버스 운행을 마친 뒤엔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단골 바에 들러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의 일상에서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로 ‘시’를 쓴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본 성냥갑 하나에도 시상이 떠오르고, 버스 안에서 들려오는 손님들의 대화나 노랫말에서도 영감을 얻습니다. 단조로워 보이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그는 시를 발견하며 살아갑니다. 그가 이 일상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사랑하는 아내와 이 조용한 시쓰기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매일 같아 보여도 달라 보이는 도시의 풍경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도, 사실은 사소한 것부터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아내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고 동료와 나눈 말 한마디도 달랐으며 버스 안 승객들의 표정과 대화 역시 어제와는 조금 다릅니다.날씨, 구름 모양, 산책 중 만나는 사람들, 단골 바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작고 큰 모든 것들이 하루하루 다른 얼굴로 다가옵니다. 도시에서 산다는 건 어쩌면 아주 넓은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제와 오늘 사이의 작은 차이들을 발견하며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도시라는 시를 살아간다는 것

도시는 시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정해진 규칙과 형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 누가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점도 닮았습니다. 누군가는 도시의 풍경을 지루하다고 느끼지만, 누군가는 거기서 마음을 울리는 장면을 발견합니다. 시가 그렇듯,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는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도시의 삶도 누가 살아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도시에서 님이 써내려가는 삶은 어떤 시인가요?

지난 1년 동안 난 치골리의 그림을 통해 내 재생을 실험해 보았다

자신이 머물 곳은 누군가의 가슴 속 밖에 없어

아오이는 밀라노에 거주하며, 뛰어난 사업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오이 앞에 과거의 연인 준세이가 나타나고, 냉정하게 뒤돌아섰던 과거의 사랑이 다시 아오이를 뒤흔듭니다. 준세이가 보낸 편지를 읽고 화장품 보관함에 몰래 넣기도 하고, 공중전화로 가서 그에게 전화를 건 후 목소리만 듣고 주저앉아 울기도 합니다. 여러 일을 겪으며 아오이는 10년 전, 준세이와 했던 잊지 못할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연인으로 만들어 주었던 그 도시, 피렌체로 다시 향합니다.

전 '왜 이 영화의 배경이 피렌체였을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생각해보았는데요. 영화 초반부에 준세이의 스승 조반나가 ‘피렌체는 늙어가는 도시야’라고 말을 합니다. 과거의 작품에 매달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덧붙이죠. 하지만 준세이는 작품을 복원하며 오히려 앞으로 나아갑니다. 과거의 흔적이 바랬을지언정, 그때의 감정과 색감을 되살려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돌려놓습니다. 그렇게 복원된 작품은 다시 미술관에 전시되어 과거를 현재로 데려다주기도 합니다. 마치 준세이와 아오이가 과거의 아픈 이별을 딛고 현재로 나아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비틀즈가 연기도 했다고?🫨 <A Hard Day’s Night>

editor 예예🌵

진정한 ‘시의 이해’는 교과서 너머 밖에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가르쳐준 진정한 교육자인 당신을 위해 ‘오! 캡틴! 마이 캡틴!’

영화 페어링, 들어 보셨나요? 아마 없으실거에요. 제가 만들었거든요😗
editor 메이🔮 

이번 주 저희 에디터들이 소개해드린 영화와 함께 님만의 영화 페어링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음.. 일단 제가 소개해드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페어링은 이탈리아 와인인 프로세코와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추천드립니다!

사유리

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