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드렁크 증후군

‘펀치 드렁크 증후군(Punch Drunk Syndrome)’은 복싱 선수나 격투기 선수처럼 머리에 반복적으로 충격을 받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뇌 손상 후유증을 말합니다. 이 영화에 복싱이나 격투 장면은 등장하지 않지만, 주인공의 불안정한 행동은 이 증후군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다양한 ‘증후군’을 안고 살아갑니다. 의학적으로 진단 가능한 병명부터, 시대가 만들어낸 사회적 증후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죠. 그렇게 우리는 불안정한 채 살아갑니다. 그런 불안정 속에서 우리를 다시 안정시켜주는 건 결국 ‘사랑’ 아닐까요? 너와 내가 만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이 영화 속 관계처럼 말이죠. 이 영화를 통해 여러분도 그런 따뜻한 회복의 감정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뻔하디 뻔한 로맨틱 코미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배리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인물입니다. 7명의 누이들에게 평생 시달리며 자란 탓일까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끊임없이 들춰내는 누나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창문을 발로 깨버리는 사건까지 벌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치과의사인 매형에게 상담을 요청할 정도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나라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배리의 회사 옆에 있는 카센터에 대해 묻기 위해 찾아온 레나는, 차를 대신 맡겨달라고 요청합니다. 며칠 후, 배리의 여동생은 누군가를 소개해주겠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레나였습니다. 레나는 동생을 통해 배리의 가족사진을 본 적 있었고, 배리에게 관심이 생겨 일부러 차를 맡기러 온 것이었죠. 그녀는 저녁 식사를 제안하고, 배리는 망설이면서도 함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둘의 사랑이 시작됩니다.

불안정한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어 안정되어 간다.

이야기만 보면 ‘뻔한 로맨틱 코미디’일 수 있습니다. 불안정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점차 안정되어 간다는 구조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영화 연출에 녹아든 B급 감성입니다. 이 영화는 웃음을 터뜨리는 동시에 어딘가 엉뚱하고 이상합니다. 공포영화에서나 볼 법한 촬영 기법, 살짝 비틀린 앵글, 과장된 감정 연출까지… 자칫 어수선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과감한 연출이 오히려 배리와 레나의 러브스토리를 더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한참을 웃게 만들다가, 레나가 배리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순간엔 웃음 너머의 따뜻함과 부러움이 밀려옵니다. 이 영화는 웃음도, 로맨스도, 연출의 묘미도 놓치지 않습니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 속에서,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감정을 전하는 이 영화의 매력을 꼭 한 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싫은 건, 당신이 싫지 않은 거예요.

캣은 인디 밴드를 좋아하고, 록을 좋아하는 당당한 여장부예요. 그에 반해 캣의 동생 비앙카는 귀엽고 예쁜 말괄량이입니다. 하지만 캣과 비앙카의 부모님은 그들에게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연애 금지령을 내렸는데요, 이미 마음속에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던 비앙카는 언니인 캣이 연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서 본인의 연애 또한 이뤄내기 위해 괴짜 남자 주인공 패트릭과 모종의 거래(?)를 합니다. 그것은 바로바로… 패트릭에게 캣이 반하게 만들어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거예요!

Can’t Take My Eyes Off You

이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극 중 패트릭 역의 히스 레저가 계단을 내려오며 캣에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요, 아마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고 하더라도 이 장면은 보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영화를 통해 이 장면을 보면 더욱더 설렙니다. 왜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제가 뽑은 이 장면의 키 포인트는 나중에 경비 아저씨들에게 쫓기다 다시 성큼성큼 뛰어오는 히스 레저, 아니 패트릭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ditor 메이🔮

그녀를 믿지 마세요… 이 영화는 믿으세요! (이동진 평론가 한줄평 인용)

사기죄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영주’는 화려한 언변과 혼신의 눈물 연기로 가석방에 성공했습니다. 영주는 친언니의 결혼 선물로 줄 목공예 기러기 한 쌍을 들고 부산행 기차에 오릅니다. 한편 영주의 맞은편에는 약사 ‘희철’이 앉아있는데, 그는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하러 부산으로 향하던 길이었어요. 하필 프로포즈 반지를 영주 자리 아래에 떨어뜨리며 치한으로 오해받는데요. 설상가상으로 반지를 소매치기범에게 뺏기게 됩니다. 영주는 소매치기를 쫓아 반지를 찾지만, 언니의 결혼 선물이 담긴 가방을 기차에 두고 내립니다. 희철이 가방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고 그의 고향 용강에 찾아간 영주는 뜻밖의 오해를 받는데요. 바로 희철의 약혼녀로! 꼬이고 꼬인 오해 속 영주는 사기꾼의 특기(?)를 살려 약혼녀 연기를 시작합니다. 과연 이 엉뚱한 상황은 어떻게 풀릴까요?

“희철 씨는 고추총각 대회에 나가야 돼요.”

이 영화는 김하늘의 능청스러운 사기꾼 연기와 강동원의 풋풋하고 어수룩한 모습이 매력이에요. 유치하고 황당한 상황들이 펼쳐지지만 그것이 로맨틱 코미디이니까요! 특히 이 영화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충북 음성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추 축제 장면인데요. ‘고추총각 대회’의 우승자를 배출해 내기 위한 각 마을 주민들의 열렬한 응원, 이런 것엔 영 소질이 없는 어리숙한 희철의 모습을 구경하는 게 정말 웃겼거든요.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매운 고추를 와구와구 먹는 강동원의 모습에서 신입의 패기를 느꼈답니다. 🤣 (이 영화는 강동원의 공식 데뷔작이기도 해요!)

저도 이 영화를 다시 관람하며 풉! 하며 웃는 순간들이 참 많았어요. 2000년대 초반 한국 로코 영화다운 밝고 유치한 설정들, 오랜만에 보니 복잡한 머리가 싹 비워진 느낌이랄까요! 님에게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어떤 영화가 될까요?👀

그렇게 자리를 찾아 앉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제인 와일드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던 터라 스티븐 호킹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가 그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는지는 전혀 몰랐어요.

그날의 민망하고도 웃긴 경험 덕분일까요. 이 영화는 오래 기억되었고 제 인생 영화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Movie-ing에서도 다뤄보고 싶네요. 혹시 님도 영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저희 패들렛에 함께 공유해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님은 어떤 작품으로 히스레저를 기억하시나요?

editor 메이🔮 

히스 레저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17년이 되었네요. 저는 처음 그의 부고 소식을 듣고, 제발 오보이길 바랐던 기억이 나요. <브로크백 마운틴>, <다크 나이트>,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린 <내가 널 사랑할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 등 다양한 작품에서 그의 연기를 볼 수 있었는데요, 지금 소개해 드리는 영화만 해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가 전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카멜레온 같았던 히스 레저, 너무 일찍 하늘의 별이 된 그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히스 레저를 알게 된 영화는 이번에 소개해 드린 영화였어요. 어렸을 때 이 영화를 보다가, <중경삼림>의 양조위의 ‘그 장면’처럼 위에 소개해 드린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노래 부르는 장면이 뇌리에 콱! 박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러 작품을 통해 그를 만나다 <다크 나이트> 조커 역을 했던 그의 연기를 보며 저 역시 그저 감탄만 자아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그 이듬해,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합니다.

제가 영화 <바빌론>에서 참 좋아하는 대사가 있는데요,

“50년 후 태어난 아이는 화면에 깜빡이는 당신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될 거야. (중략) 당신의 시대는 끝났지만, 당신은 천사와 유령과 함께 영원을 누리게 될 거야.”입니다. 이 대사처럼 우리 곁을 떠났지만, 영원을 누리게 될 히스 레저를 떠올리고, 그에게 자그마한 찬사와 위로, 사랑을 보냅니다.

아마데우스 리마스터링 재개봉 관람기

editor 예예🌵

저는 오래된 영화를 보는 것을 즐기는데요! 모든 게 디지털로 전환된 이 시대에,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의 질감을 느끼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거든요. 좋은 영화를 볼 때마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다면 참 좋았겠다.’하는 아쉬움이 남곤 했는데, 제가 21호에서 소개해드렸던 영화 <아마데우스>의 개봉 40주년 기념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소식을 듣고 영화관에 다녀왔습니다!

영화 리마스터링은 필름을 고해상도 스캐너로 디지털화하고 노이즈 감소, 색 보정등의 영상 복원 과정을 거치고, 영상의 해상도를 업스케일링하고 부드러운 재생을 위해 프레임 속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음향 또한 원본 사운드트랙을 디지털화하고 노이즈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요. 영화 <아마데우스>의 클래식 음악 사운드를 영화관의 빵빵한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몰라요! (10번 이상 관람한 영화라서 기대가 매우 컸답니다. )

초반 오프닝 장면의 해상도는 아쉬웠지만, 영화관에서 크게 보니 ‘살리에리’의 표정 연기가 너무 잘 읽혀서 그가 왜 제57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어요.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음악들은 3시간의 러닝타임이 1시간처럼 느껴지게 했고요. 오케스트라와 성악 사운드를 영화관에서 들으니 정말 귀 호강을 한 느낌이었어요!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의 관람객이 자리를 뜨지 않았답니다.

아마도 저는 이 영화가 상영관에서 내리기 전에 한번 더 관람을 할 것 같아요. 혹시 아직도 <아마데우스>를 관람하지 않은 분이 있으시다면 꼭! 영화관에서 관람하시기를 추천할게요. 그리고 모차르트 음악도 많관부❤️

태양의 노래

28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