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있고, 그중에는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도 많지만 저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독일의 법학자이자 소설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Der Vorleser)》가 원작인데, 독일어권 소설로는 최초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등 여러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36살 한나와 15살 마이클의 사랑

사춘기 소년인 마이클은 어느 날 길거리에서 구토를 하며 쓰러지고, 우연히 지나가던 한나의 도움을 받습니다. 병이 다 나은 그는 감사 인사를 전하러 한나의 집을 다시 찾으면서 사랑이 시작되는데요. 마이클은 매일 학교가 끝나면 한나의 집을 찾아가 책을 읽어주며 사랑을 키워 갑니다. 한나는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울고 웃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어느 날 승진 제의를 받은 한나는 돌연 마이클을 떠나 자취를 감춥니다. 8년 후 나치 전범 재판에서 법대생과 피고인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 한나는 자신을 제대로 변호하지 못한 채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 합니다.

무지와 침묵

한나는 나치 친위대에 들어가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녀의 일은 매달 가스실에 보낼 60명을 선별하는 작업이었어요. 재판에서 한나는 이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감시원으로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했을 뿐이라는 담담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녀가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는 것이죠.

이 장면을 보면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떠올랐습니다. 나치에 가담한 이들이 특별히 악하다기보다 ‘생각 없음(thoughtlessness)’ 때문에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요.

마이클이 한나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증언했다면, 그녀는 무기징역을 피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마이클은 끝내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그녀의 수치심을 지켜주고 싶었던 사랑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악행을 저지른 사람을 사랑했던, 자신을 향한 죄책감 때문이었을까요? 혹은 책임을 피하려는 마음이었을까요? 영화를 볼 때마다 이 복잡한 감정은 쉽게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editor 예예🌵

이 영화에 대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영화학과에 다니다 중퇴한 후 늦은 나이에 34년 만에 졸업을 위해 복학을 합니다. 졸업 과제는 자신이 제작한 12분 이상의 영화를 제출하는 것이었죠.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졸업 과제로 제출했고 그대로 교수진의 만장일치로 만점을 받아 졸업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꽤나 재밌는 이야기지만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가볍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포스터 속 소녀의 붉은 코트

이 영화는 세 시간이 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영화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의 영화입니다. 출근길과 점심시간, 퇴근길에 이 영화를 보았는데요.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사건을 촬영한 영상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조연을 비롯한 엑스트라 배우 모두가 실제 역사 속을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흑백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색감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붉은빛이 강렬하게 남아요. 영화 속 쉰들러의 눈에도 실제 인물인 쉰들러의 눈에도 붉은빛이 강렬하게 남았을 겁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저 돈 밖에 모르고 방탕한 사업가가 자기의 모든 제산과 심지어 목숨까지 걸면서 1200명의 유대인들을 구합니다. 과연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켰을까요. ‘사람이 이렇게도 모질 수 있구나’ 싶은 사람들의 악행을 보면서 같은 사람인데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나오는 걸까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사람의 본성은 어디에 있는 걸까 하고요.

삶은 계속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살아남은 유대인이 묻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고요.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고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이제 그들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 남았습니다. 여전히 그들을 박해하는 세력은 남아 있었거든요. 진정으로 원하던 자유를 찾았지만 그들에게 삶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화면 쪽으로 걸어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내 화면이 컬러로 바뀌고 살아남은 실제 유대인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그들은 삶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요.

‘그 때 그들이 한 일’을 보라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보라는 의미입니다.

editor 메이🔮 

영화 팬 다 모여! 영화 제작 들어간다.

editor 예예🌵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언젠간 직접 영화를 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스크린에서 웅장하게 펼쳐지는 21세기 폭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워너 브라더스, 유니버설 픽처스 같은 유명 영화사의 오프닝 신을 볼 때면 심장이 두근거리고요! 저런 곳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까 궁금했습니다. 그 세계를 상상으로만 남겨둬야 한다는 게 항상 아쉬웠죠.😢

그런데 영화 팬들의 이런 환상을 충족시켜줄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올해 초 Steam에서 출시된 〈더 이그제큐티브: 무비 인더스트리 타이쿤(The Executive: Movie Industry Tycoon)〉!

타이쿤이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 영화사를 직접 경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에요. 온갖 타이쿤 게임을 섭렵해 온 저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심지어 1970년대 할리우드의 영화사를 경영한다니! 너무 흥미롭잖아요! 게임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구매해 버렸습니다.

이 게임이 흥미로운 건 현실적인 제작 과정을 반영했다는 점이에요. 재밌을 것 같은 영화를 만들어도 쪽박을 차기도 하고, “이게 왜 인기지?” 싶은 작품이 대박을 치기도 합니다. 어떤 장르가 수요가 있을지, 감독과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할지, 시나리오·의상·세트·음악 등 제작 예산은 어떻게 충당하고 분배할지 세세히 고민해야 하죠. 흥행한 영화는 속편, 리부트 등으로 프랜차이즈화 할 수도 있고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화 유통 전략까지 직접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영화 팬이라면… 벌써부터 구미가 당기지 않으신가요?

액티브한 게임은 아니지만 영화 제작의 과정을 게임으로 체험하는 재미가 가득하고, 영화 팬이라면 알 법한 유머도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다가오는 긴 추석 연휴 님 만의 영화사를 경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더 로즈 완벽한 이혼

어쩔수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