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출처 : 네이버 영화)

🎥 줄거리 (출처 : 네이버 영화)

음산한 기운의 창고 안, 좀비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격해진 감독과 배우들은 쉬는 시간을 갖는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등장한 ‘진짜’ 좀비 떼들이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이기 시작하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이 궁금한 당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예고편을 봐서는 안 돼!

예고편이나 어떠한 정보도 찾지 말고 이 영화를 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습니다. 영화는 특별한 내용 없이 흘러갑니다. 좀비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촬영 현장에 실제로 좀비가 나타난다는 설정. 음... 누군가에게는 반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좀비,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핸드 헬드 기법으로 촬영된 방식까지 더해져 조금은 식상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기대를 내려놓고 영화를 보고 있자니 어딘가 어색하고 서툰 부분들이 대놓고 등장하죠. 여기서 이 영화에 대해 감을 잡았습니다. 이 영화는 클리셰와 작위 작인 상황으로 뒤덮힌 좀비 영화나 공포영화를 풍자하는 영화라고요! 이렇게 생각한 게 대단하지 않나요?

대단하긴 개뿔

영화가 이렇게 끝나고 제 예상이 맞았다면 오늘 이 영화를 소개하지 않았겠죠. 전부 틀렸습니다. 하나도 맞은 게 없어요. 줄거리를 보면 좀비 영화를 찍는 현장에 진짜 좀비들이 나타난다고 나와 있는데요. 이는 사실입니다. 다만, 이 영화 제체가 좀비 영화를 찍는 촬영장에 실제 좀비가 나타났다는 설정을 가진 영화를 만드는 현장을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상상도 못 한 반전에 웃음이 나왔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감탄이 나왔습니다.

영화는 혼자 만드는 예술이 아니야

이 영화의 진수는 어떠한 영화라도 혼자 만들지 못하는 예술이라는 점입니다. 조연, 주연, 엑스트라를 가리지 않는 배우와 배우의 매니저뿐만 아니라 감독, 촬영 감독, 소품 담당, 편집 담당, 미술 담당, 음악 담당 등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의 합이 맞춰져야 우리가 보는 영화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모든 이의 노고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에서 나오는 영화 제작 현장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 주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인원 모두의 고군분투를 생각하니 영화라는 매체가 더 좋아지고 이 예술을 좋아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어느덧 Movie-ing도 50호를 맞이하였습니다. 비록 우리는 영화를 만들지는 않지만 에디터 세 명의 합이 맞물려 돌아가지 않았다면 결코 여기까지 올 수 없었겠죠. 사람들과 무언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일. 힘들지만 참 아름답고 뿌듯한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editor 여정🧭

🎥 줄거리 (출처 : 네이버 영화)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

극장엔 아름다움이 있어. 저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의미가 있어.

맨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이 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를 너무 사랑하는 이유는 마지막 장면에 담겨 있습니다. 지금 저희 에디터 세 명이 영화에 대한 뉴스레터를 님께 전달드리는 이유, 님께서 Movie-ing을 구독해 주시고 읽어주시는 이유,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굳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이유,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명장면과 명대사를 찾아 적어 두는 이유까지. 이 모든 게 다 포함되어 있어요.

우리는 영화를 사랑하고, 각자가 가진 방식으로 그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바빌론>을 빌려 영화와 함께 이어진 인연과, 님의 애정 어린 시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자칭 클래식 전문가의 <파벨만스> 다시 듣기 🎼

editor 예예🌵

1.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1번 1악장(L. van Beethoven - Piano Sonata No. 1 in F Minor, Op. 2 No. 1)

촉망받던 피아니스트였지만 전업주부로 살아가던 미치. 그녀가 오랜만에 가족들 앞에서 리허설을 할 때 연주했던 곡입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 곡은 저에게 '베토벤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심어준 장본인이기도 했어요. 초반부의 뚝뚝 끊기는 듯한 딱딱한 음형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 곡으로 입문해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다 들으신다면 그가 얼마나 유머러스한 작곡가인지 알게 되실거에요. (참고로 베토벤은 총 32개의 소나타를 작곡했습니다.😶)

2. 바흐 - 협주곡 라단조, BWV 974: 2악장 아다지오(J.S. Bach - Concerto in D Minor, BWV 974: II. Adagio)

영화 곳곳에서 미치의 슬픔과 공허함이 드러날 때, 그리고 가족의 위기를 암시할 때마다 낮게 깔리던 곡입니다. 원래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인 것을 바흐가 건반 독주용으로 편곡한 버전인데요. 특히 도입부가 인상적입니다. D음(레) 하나가 단조롭게 떨어진 뒤 불협화음으로 이어지는데 그 긴장감이 대단해요. 영화 속 미치는 담담하게 건반을 누르지만, 그 소리에 실린 미치의 감정만큼은 한없이 무겁고 깊게 다가오는 곡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피아노 학원을 다녀보신 분들이라면 전주만 들어도 바로 아실거에요. '피아노 학원 다닌 초딩 국룰곡'이죠. 이 경쾌하고 통통 튀는 멜로디가 흘러나올 때면, 파벨만 가족의 가장 평화로웠던 시절과 왁자지껄한 남매들의 장난기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순수하게 즐거웠던 그 시절의 BGM으로 이보다 완벽한 곡이 있을까요?

잠시 영화를 잃어버린 삶에서 내가 영화를 찾는 방법

editor 메이🔮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는 영화 산업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이다. 나 역시 동의한다.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던 시기와 같은 격변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라는 콘텐츠가 어쩌면 ‘예전’의 콘텐츠(이를테면 DVD, 비디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영화를 찾을 것이고,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우리는 스크린 속 라이징 스타를 발견하려 할 것이고, 내년 하반기에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기다릴 것이며, 영화의 미장센에 감탄할 것이다.

우리 뉴스레터가 시작했던 문장인 ‘영화는 비로소 관객에게 닿을 때 완성된다’는 말처럼 영화로 이어진 이 끈을 우리가 놓지 않기를, 이 마음이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닿기를,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질 인생에 더 많은 ‘인생 영화’들이 존재하기를.

화양연화 특별판
감독: 왕가위